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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 울퉁불퉁한 생각의 늪에서 올라와 간신히 빠져나왔다가 완전 바닥까지 내려가기를 반복하면서 계속 이런 나, 현상들, 해결방법을 찾고만 있었다. 계속 물고 늘어져 붙들고 있는 나. 무엇을 붙잡으려고 하는지... 고민한다고 바로 명쾌한 답이 나오진 않는다. 그런 의식의 연속... 밤새 붙잡고 있던 생각들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각성 상태였다. 졸립고 몸은 피곤하여 잠이 들어도 금세 가위에 눌려 소스라치게 놀라며 깨기를 반복했다. 가슴이 조여오고 힘들어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벌떡 일어나서 가슴이 조여 오는 것을 느껴보았다. 아침 차명상 시간에 심장에 의식을 두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내가 수많은 생각들로 내 가슴이 이렇게 조여올 정도로 심장을 긴장시키고 못 살게 굴었단 느낌이 든다. 숨 또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인데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작용인 호흡이 자연스레 나오지 않으니 기가 찬다. 차명상 시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던 최면에서 보았던 작은 구멍이 떠올랐다. 보라색과 회색으로 된 어떤 주머니 속에 뚫린 바늘 같은 구멍이 보았다. 언제 무엇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 작은 구멍으로 간신히 숨 쉬고 있었다.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 별 생각 없이 눈도 못 뜬 채로 소변을 보았다. 소변이 몇 방울 또로록 나왔다. 갑자기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뭘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순간에 집중하라.

명상은 생각을 비우는 자리이다.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을 보고 알아차려라.

하기나 해 그냥. 영원한 것은 없어. 하기나 해. 그저 반응해.



목표고 도달점이 어디 있을까? 생각의 연속, 의식의 연속, 알아차림의 연속, 이따금씩 있는 깨달음의 연속이 있을 뿐. 나됨이란 도착지도 없다. , 목적지, 도달점을 생각하니 언제 도착하지, 언제 이 고행이 끝나지, 어서 가자 재촉만 있을 뿐이다. 과정만 있을 뿐이다. 나됨 - 나 안 됨 - 나됨 - 나 안 됨 - 미그적거림 - 나됨 - 나 안 됨..... 뭐 이렇게 과정만 있을 뿐 궁극적으로 도착해야 할 자리도 없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면 아무 문제도 쫓김도 없네. 심장이 이렇게 조여오고 숨도 못 쉴 이유가 없다.



부모교육과 대화법에 관한 책들이 쌓여져 있다. 쌓여져 반납일을 기다리고 있는 저 책들.... 하기나 해 그냥. 시작해. 순간에 집중하여 시작하지 않으니 한 달째 같은 책들을 다 읽지도 못하고 대출하고 반납하기를 반복했다. 아이와 대면하는 순간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닥칠 걱정과 불안을 그 책들로 대체하더니 이제는 그 쌓인 책들을 다 읽어야지라는 욕심과 책에 나오는 말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실천하려는 부담으로 나를 괴롭힌다.



생각이 일 때 그냥 하는 거지 계획이고 뭐고 없다.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계획하고 하지 않는다. 계획으로 나를 통제하고 가둔다.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한다. 나됨 조차도 욕심과 통제로 이미 지나간 수많은 상황들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억지로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고 분석한다. INP 카페에서 글을 읽으면서도 뭔가 알아차림의 순간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기다리고 있다. 해결도 되지 않는다. 아이수는 커녕 결국 자존감만 더 떨어진다. 그렇게 붙잡고 고민을 한다고 알아차림은 나에게 오지 않는다. 오늘처럼 생각없이 쉬를 하다가 엉켜진 실뭉치가 하나씩 풀렸다. 그렇게 알아차림은 그냥 온다.



어떻게 뭐를 해야지 하는 것도 없다. 의지라고 할 것도 결의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하는 거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다. 물 흐르는 대로 순리대로라고 했던가? 내가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하려고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상황은 순리대로 그냥 다 일어난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에 반응을 한다. 내 반응의 연속에 따른 결과치도 책임질 수 없다. 그것도 그냥 받아들일 뿐이다. 내가 어쩌겠어? 좋으면 좋은대로 싫으면 싫은대로 그 순간에 그 감정 느낌 최대한 느껴주고 또 한 번 알아차려주고 앞으로 가자. Move on!



내가 아무리 용을 쓰고 막으려고 해도 안 그러려고 해도 상황은 그냥 일어난다. 내 업식도 그냥 일어난다. 이 업식이 내 부모의 것이든 무엇이든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리고 무한반복이다.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실수, 두려움, 결점, 민망한 감정, 통제되지 않아서 생기는 상황들, 다른 사람들에게 줄 지 모르는 상처들... 이 모든 것들을 미리 두려워하여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 다시 과거를 붙잡고 있는 나이다. 어차피 생각대로 되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냥 하자. 그럼 내 영혼이 나를 또 이끌어주니깐.



일지를 어디에서 언제 정해진 시간에 얽매여 쓸 필요도 없다. 원장님이나 성원선생님께서 내 일지를 읽고 내 상황, 감정, 생각을 다 알고 인정도 해 주시고 나를 효과적으로 생각의 늪에서 나올 수 있도록 기대할 필요도 없다. 주석도 부연설명도 달 필요가 없다. 내가 알아주고 인정해주면 되니깐. 내가 내 상태를 알면 되니깐. 아무도 내 마음을 바꿀 수 없다. 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나이니깐. 내 귀가 열리기 전까지는 남편, 여동생, 원장님, 성원선생님, 그리고 도반들 이야기도 잔소리, 비난, 지적, 비교, 판단, 내 수준을 드러내기 위한 교묘한 말장난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소리일 뿐이다. 그 어떤 의미도 없다. 내가 들을 준비가 되어야 내 마음이 열려야 그 소리들은 비로소 나에게 의미가 있고 나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 보배가 된다.



예전에 몇 번 있었던 알아차림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내가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차근차근 그 기억들을 더듬어가는 복습의 행위 또한 시도해보았다. 그때의 감흥과 깨달음이 지금 이 자리에 없기 때문에 굳이 이미 지나 간 것을 해 보아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또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만 또 기억하면 된다. 이 깨달음의 순간은 또 과거가 되고 지나가고 다른 그 무엇이 또 온다. 괴로울 일이 있으면 또 괴로워하고 생각의 늪에 빠져 고통스러워지면 또 힘듦을 경험하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 나도 괜찮다로만 가자. 욕심이든, 집착이든, 애착이든, 끈기든 어떤 이름을 붙여도 좋다. 포기하지 않고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버럭하고 불같이 화내며 또 발버둥치는 네가 예쁘고 기특하다.



이 알아차림을 머릿 속 깊이, 몸 속 깊이, 세포 하나하나에 깊이 깊이 안 잊어버리고 새기고 싶은 욕심이 인다. 괜찮다. 또 화내고 울고 불고 그럴 것이다. 또 방법을 찾아 답도 없는 문제를 붙들고 머리카락을 쥐어 뜯을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찾아오는 알아차림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그러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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