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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심각한 아이...

조회 수 2902 추천 수 0 2010.11.29 11:02:59

지난날 나의 인생을 돌이켜 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면 "야 너는 왜 그렇게 심각하냐/" "너는 너무 무겁다." 라는 말들이 아니었나 싶나.

어떤때는 이런 나에 대한 평가를 마치 내가 인생을 진지하게 살고,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일것이라고 추측하며 더욱 그렇게 살려고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러한 내모습이 어렸을적 한번도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과 불안감이 만든 마음임을 안다.

어렸을때 나는 집에서 한번도 신나게 나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노래부르며 즐거워 해본적이 없었던것 같다.

얼굴은 언제나 어둡고 무표정하였고, 학교에서의 나는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과 단합 페스티발이라는 것을 나이트 클럽에서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무대에서 춤추는 내모습이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해서 조금 추다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술만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친구들이 학생으로서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고 심각하게 얘기한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친구들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는것 같았다.

 

어렸을때 느꼈던 경제적 어려움과 아버님의 알콜중독과 어머님의 애씀은 나에게 내가 진정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하는가 보다는 어떻게하면 이런 어려움을 빨리 벗어나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하고 우리집안이 잘될것인가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것 같다.

 

대학을 선택할때도 나는 내가 원하는것이 아니라 어머님을 위해서 그리고 남들에게 우리 집안이 괜찮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 법대를 진학하였다.

끝없이 무언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과 무언가 외적으로 성과를 보여주려는 마음은 대학 입학부터 장학금을 받기위해서 쉬지않고 공부에만 매진하게 하였다.

 

그당시 나에게 논다는 것은 죄악이었으며 고생하는 어머님과 어린 여동생에게 죄책감을 심게하는 가장 나쁜것이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가곡이거나 무거운 민중가요였으며 그 흔한 유행가는 나에게 맞지않은 옷이었다.

 

나는 심각한것이 열심히 사는것이라는 착각에 살았으며, 노는 사람과 자신의 일을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나를 옥죄우고 잠시 쉴때 조차도 불안해서 나를 가만두지 못하였다.

 

심각하고 무거운 내가 쓴 가면은 내안의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방편이었으며, 감정적으로 약한 내자신이 들키지 않으려는 몸짓이었다.

그 후에도 나는 스스로 무게잡고, 진지하며, 실수하지 않고, 허튼소리 하지않은 모습으로 나를 포장하였으며, 가볍게 보이거나 무시당하지 않으려 나의 방패막을 공고히 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심각함과 무거움은 결국 나의 영혼을 짓누르고, 인생에 행복과 즐거움을 상실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나는 요즘 혼자서 음악을 틀어 놓고 자주 춤을 춘다.

잃어버린 내안의 천진하고 놀고 싶은 아이를 찾으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어보려 신나게 춤을 춘다.

춤을 추면 때때로 어는센가 어색함은 사라지고 음악에 따라 즐거움과 슬픔이 춤으로 드러난다.

 

나는 이제 내안의 심각한 아이를 달래며 함께 놀아준다.

이제는 더이상 심각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놀아도 된다고 얘기한다.

인생은 놀이이며, 즐기는 곳이며, 함께 나누는 곳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오늘도 춤을 추며 나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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