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20
우리의 개체의식('나'라는 의식)은 순수의식의
도화지 위에 그려진 그림들이다.
백지의 순수의식 위에 오온(색,수,상,행,식)이라는 물감으로
채색된 것이 '나'라는 의식이다.
순수의식을 보는 마음은 물감으로 채색되기 전에
물들지 않은 밑바탕을 보는 마음이며,
개체의식은 여러가지 경험과 그것에 동일시된 마음의 형태들이다.
순수한 백지의 도화지를 보지 못하고
채색된 그림을 쫓아가는 마음은
생각을 쫓고 분별을 쫓아 공이 공임을 알지 못하고
색에 붙들려 착각하는 마음이다.
칠해진 의식은 기억의 뭉치들이며
태어난 후 다양한 자극과 경험들에 물든 마음이다.
물든 마음은 언제나 백지의 바탕 위에 들뜨있고
강한 채색과 들뜸은 생각과 감정의 파도를 더 크게 일으킨다.
'나'라는 대상(근-안이비설신의)이 '너'라는 대상(경-색성향미촉법)을 만나
경험(봄,들음,맏음,맛봄,느낌,사고)이라는 의식의 앎이 생겨난다.
하지만 우리의 본체는 물들지 않고 채색에 영향받지 않는 바탕 '그것'이다.
의식은 앎이며, 물든 마음이며,
바탕은 모르는 마음이며, 물들지 않은 본래의 마음의다.
인생의 착각과 고통은 본래의 바탕이 아닌 '나'나'너'라는
대상을 실체로 착각하여 그것을 붙들고 빠져드는 마음에서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