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제목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어린 왕자를 이제까지 해석하는 초점은 주로 내면아이와 내면어른과의 관계였다. 내면아이로써의 어린 왕자와 내면어른으로써의 화자와의 관계를 주로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8장은 내면 아이와 내면어른 사이의 관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특히 사랑하고 사랑 받는 사람들의 관계에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은 좀 혼란스러웠다. 이것역시 나의 방식이다. 한번 원칙이나 가설을 세우면 모든 경우에 적용시키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그 쪽으로억지로라도 끼워 맞추고 싶은 것이 나에게는 익숙하고 편하고 맞는방법같았다. 하지만 내가 이번 8장을 읽으면서 느꼈듯이 이것은사랑하는 사람들간에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더 와 닿았다. 또한 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의 이야기라고해석한다면 내면아이/꽃과 내면어른/어린 왕자의 만남속에서 어떻게내면아이를 내면어른이 사랑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0. 등장

 

어린 왕자의 별에는 소박한 꽃들만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특별한 씨가 날아왔다. 사람사이의 관점이라면 이것이 바로 다른 사람에게는 느끼지 못하는 사랑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큰 욕구일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감정이 싹트니까 그것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혹시 이것이 나쁜것이 아닐까, 바오밥나무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바로 사랑스런 장미였다.

 





1. 사랑 받고 싶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허영심

 

장미가 밖으로 나올 때는 온갖 치장을 다 하고 나온다. 장미는자기 꽃의 색깔을 신중하게 고르고 잎을 정돈하면서 자신의 최상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한다. 그렇지만장미는 투박하게 그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완벽한 몸 단장을 했으면서도 어린 왕자에게 자신의 꽃잎이아직 흐트러졌다면서 안 그런 척을 한다. 이 말은 결국은 자신이 신중하게 고른 아름다움을 알아달라는말이고, 자신이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아닌 척 하는 허영심이다.



겉으로 아닌 척 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면서, 또 자신의 모습을 햇살이라고표현함으로써 엄청나게 포장해서 더 잘 팔리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린 왕자는 이 꽃은 겸손하지 않다고,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다른 꽃들은 소박해서 혼자서 책임지지만 장미는 왕자에게 이것 저것 챙겨달라고 한다. 어린 왕자는 당황하면서도 그런 장미를 돌봐 준다.



장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장미는 자신의 가시 얘기를 하면서나 호랑이도 이길 수 있다.’하면서 자신을 엄청나게 강한 존재로 만든다. 어린 왕자는 들어준다. 그러다가도 꽃이 바람이 무섭다며 바람을 막아 달라면서 특별 대우를 원한다. 사실 굳이 그런 것은 필요 없지만 어린 왕자는그 부탁을 들어준다. 장미는 또 허풍까지 섞어가면서 자기 자랑을 하다가 안되니까 일부러 기침을 하면서 엄청나게 약한 척을 한다. 어린 왕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던져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이다. 장미는 끊임없이 관심을 받기 위해 허영심을 부리고 있다.

 


엄청나게 강한 척, 엄청나게 약한 척, 엄청나게 화난 척 하는 것. 이런 허영심이 바로 자존심의 동의어이다. 우선 꽃은 왜 이렇게나 자존심을 세워야 했을까?

 

첫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나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나의 경우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해야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왜 이 사람과 만나고 있을까 하는 마음이 많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것은 해 주어야지, 내가 너한테 이렇게 해 주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지 하는 마음도 있다.



또한 불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 받을 것 같은데 그것을 직접적으로는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삐딱하게라도 내 마음이 슬프고 외롭다는 것을 말한 것이고, 이것이 나에게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꽃과 어린 왕자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당연히’, ‘기본적으로’, ‘응당 해야 할 일이라고 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꽃은 허영심을 부리고 있었다. 이런 꽃의 허영심은 결국 나를 더 사랑해 주고 더 많은 관심을 달라는 메시지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그렇게 강한 척하고, 약한 척하고, 화난 척 하는 것들이 결국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고 나를 사랑해달라는 말이다. 그 순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 좋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나는 내가 저 사람에게 이러이러한 존재라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말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고, 그럴 때 내가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그런 사소한 것을 원하는 찌질한 내 모습을 온갖 방법으로 숨긴다고 숨기지만 결국 그 감정은 언제나 그대로 남아 있다. 그 남아있던 감정을 잘 본다면, 결국은 내가 상대방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었고, 상대방에게 좀 더 소중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8장을 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의 관점으로 보면서 내가 공무원시험 공부를 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항상 공부를 하면서도 불편했다. 무엇인가 계속 마음에 들지 않고 쫓기고 좀 답답했다. 나는 그때 마다 다른 것을 찾았다. 독서실 문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렇다고 생각해서 독서실을 옮기고, 강사와 마주 보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해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불편했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 불편한 것은 독서실이 아니었고 강사가 아니었다. 불편한 것은 내 감정이었고 그 감정은 내가 이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수 차례의 불편했던 마음들은 그저 나의 내면아이가 내면어른에게 자신을 봐 달라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어린 왕자 – ‘왜그랬을까?’

 

장미를 떠나온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한다.꽃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 어린 왕자에게 툴툴대는 장미의 말을 처음에는 잘 들어주었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장미꽃에게 쏟는 사랑에서 나오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꽃의 계속된 반응에 어린 왕자는 장미꽃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 붙잡힌다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장미꽃이 하는 말에 잡혀 "나를 무시하나, 나를 만만하게 보나,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나, 왜 자기만 자꾸 뭐 해달라고 하나, 내가 해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나" 하는 생각의 틀, 즉 프레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의 별에 사랑하는 새로운 대상인 장미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를 점차 즐길 수 없었다.



장미가 던지는 말들의 본질은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고, 관심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분명히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하지만 그 말에 잡혀 의심과 불신이 싹트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어린 왕자는 장미를 떠나게 되었다. 아니 도망치게 되었다. 만약 어린 왕자가 장미가 던지는 말보다 행동과 마음, 그리고 그런 행동과 마음보다 장미의 존재 자체를 느끼고 보았다면 이렇게 헤어지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미가 내뱉는 말 뒤에, 저런 말을 왜 하는지 상대방의 욕구를 보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빽빽히 들어선 프레임의 숲에 정말 작은 여유와 공간이 있었다면 프레임의 벽은 허물어지거나 느슨해 질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빈공간에는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모르는 마음 들어섰을 것이다.

 


어린 왕자는 장미의 계속되는 말을 듣고 장미를 의심했다. 왜 저렇게 얘기하지? 나를 지금 묶어 놓으려고 하나? 나를 구속하나?’ 하지만 장미는 그저 나를 조금 특별하게 봐 달라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그런 장미의 본질적인 마음을 알기에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말로 판단하지 않고 장미의 향기와 빛의 가치를 알기에는 어린 왕자는 너무 어렸다. 어린 왕자는 나중에 그것을 깨달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수 없는 후회로 남았다.



한편, 어린 왕자가 그런 장미를 의심해서 떠나버리려고 하자 장미는자책하기 시작했다.내가 너무 까탈스럽게 굴어서 어린 왕자를 떠나게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와 마찬가지로 장미 역시 잘못이 없다. 장미가 후에 고백한다. 어린 왕자를 사랑했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장미가 단장도 하고 관심도 가져달라고 했다. 게다가 어린 왕자의 관심을 받고 잘 보이기 위해서 허영심을 보였다. 이런 장미의 마음을 어린 왕자가 알아채지 못하고 의심하기 시작한 것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생긴다. 장미 역시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몰랐을 뿐이다.

 


어린 왕자도, 꽃도 그렇게 의심이 생기고 나서 이렇다 할 담담한 소통의 시간이 없었다. 소통의 부재가 결국 두 대상을 만나지 못하게 했고 어린 왕자가 별을 떠나게 했다. 아쉬운 부분은 양쪽에 모두 존재한다. 만약 어린 왕자가 사실대로 자신이 꽃에게 의심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만약 꽃이 사실대로, 나에게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했다면 어린 왕자와의 사이는 달랐을 것이다. 서로 진실한 마음을 표현했다면 이렇게 어긋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 상태는 그저 서로 틱틱거리면서 어린 왕자는꽃의 말을 들어주고도 찝찝하고, 꽃은 어린 왕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주어도 마음이 상하는 상태이다. 이런 모습이 사랑하는 관계가 어떻게 어긋나는지의 양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내가 어린 왕자의 입장이었을 때에는 나는 그저 침묵했다. 상대방이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면서 그저 시계 초만 세면서 나 혼자 몇 번까지 참을까 만 세고 있었다. 상대방이 자꾸 나에게 바라는 것에 대해서 나를 못 믿고, 나를 무시하는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냥 아무 예고 없이떠났다. 하지만 내가 장미의 입장이었을 때는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을 해 주어도 나의 방식이 아니라고 화를 냈고 짜증을 냈다. 그렇게 하다가 결국 나를 떠나거나 나를 떠나는 것만큼의 상처를 받으면 나의 부족함이 이런 파국을 만들었다고 나를 비난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에서도 시선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또 이 문제였다. 도대체 내마음이 어떤지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끝이 되는 결정을 하고 내 감정을 강제로 앉히니, 혼자 남았을 때의 그 공허함은 참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내면아이와 내면어른 사이의 관계에서 볼 때, 무조건 원하는 것이 있는 내면아이를 바라보는 내면어른은 두려움에 빠졌다. 이렇게 계속 들어주다가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할 때, 그렇게 자꾸 원하는 것이 생기는 나를 보면 내가 마치 문제 있고 비정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엄청나게 비난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이길래 나는 이렇게 공부가 안 되는 거냐고 원망했다. 그렇게 나를 원망하고 내 욕구를 때리고 다그치고 책상에 앉더라도 나는 또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가 보기 싫은 욕구를 보면서 좌절하고 결국 나가떨어진 것 같다. 내면아이는 내가 이렇게 나가 떨어지라고 나를 벼랑 끝으로 민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나의 내면어른에게 한번 봐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면아이가 왜 이런지 보고 사랑해달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잘못한 것이 아니다. 나는 그때 단지 몰랐기 때문이다.

 

 




3.

 

꽃에게 어린 왕자가 바람막이를 해 주었다고, 유리막을 씌워 주었다고 해서 꽃이 과연 행복했을까? 만족스러웠을까? 아닐 것이다. 꽃이 원하는 것은 바람막이가 아니었고 유리막이 아니었다. 사실 꽃에게 그런 것들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어린 왕자가 그렇게 챙겨주면 잠깐은 만족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잠깐이다. 그러다가 곧 다른 것을 원한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은 끝이 없다.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점점 더 디테일하게 원하게 된다. 만약 그 많은 조건들 중에서 하나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그 전에 해 준것은 온데간데 없고, 장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그 하나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게 된다.

 


왜 장미는 어린 왕자가 쏟아주는 사랑에 행복하지 못했을까? 장미는특별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 기대감이 더 큰 대상인, 자신을 특별하게 봐 주는 어린왕자에게는 장미는 자신이 원하는 식으로 채워 주고 자신의 특별한 방식으로 채워져야 합격 점을 내릴 것이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그 대상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특별해야 한다.

 


사실은 어린 왕자는 장미에게 계속해서 사랑을 주었다. 하지만 장미는 그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장미의 옳은 방식이 충족되어서 얻어지는 순간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나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어떤 능력이나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 등등의 확실한 조건이 동반되어야 사람들이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그런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내가 진짜 사랑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외의 것은 잘 인정하기 어렵다.그냥 하는 말이겠지, 저 사람이 나한테 뭐 바라는 게 있어서 저런 말을 하나? 놀리나?’하는 생각으로 상대방이 소중하게 쓴 마음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린다.

 


사실은 내가 애를 쓰든지 쓰지 않든지 어쨌든 나는 사랑을 받았는데, 왜 만족하지 못할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정해놓은 방식이 충족되어서 얻어내는 순간만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이 내 것인지 모르고 헷갈리면서 내가 쏘는 빛이 밖으로만 향해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는데 내가 가진 것은 너무나 초라해 보인다. 사랑할 때 느끼는 자아도취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특별해야 하고 소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과연 내가 정말 원하는 방식이었으며, 정말 옳기만 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도 힘들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것도 힘들다. 내가 원해서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그렇듯이 모두 장단점이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그러하고,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휴학을 하면서 내 중심이 무엇이고 내가 나를 바라보겠다는 선택을 했다. 분명히 내가 원하는 일이었고 이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하게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를 보다 보면 사람의 마음은 많이 요동친다. 특히 친구들이 해외로 출장도 엄청 많이 가고,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당당하게 나 여기에서 일한다고 걸어두는 것을 보면 마음이 많이 무겁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내가 빛을 쪼이면 내가 선택한 것이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지고, 내가 슬퍼진다. 게다가 한번 프레임에 빠진 날이면 내가 이때까지 나름 수행에 쏟았던 노력에게 뺨을 맞은 것처럼 착잡해져서 엄청난 무기력함으로 빠진다. 너무나 이상하다. 내가 분명 선택했을 때는 얼마나 소중한 마음을 내고 선택했는데, 그렇게 어렵게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만 넋 놓고 바라보다니 얼마나 슬플까?

 

 

 




4. 소통



꽃은 떼를 쓰듯 얘기 하면서 어린 왕자의 더 많은 사랑과 관심과 집중을 원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그 꽃의 마음을 보지 못하고 의심하였다. 결국에 꽃을 두고 어린 왕자의 별을 떠나기에 이른다. 그리고는 어린 왕자는 후회한다. 꽃의 말을 붙잡지 말고 그저 바라보면서 향기만 맡았어야 했다고. 그리고 그때는 너무 어렸다고. 어린 왕자와 꽃의 언어는 서로 달랐고 그 사이 의심의 벽만 높아지고 그 벽을 깰 수 있는 소통은 없었다. 어린 왕자에게 꽃의 이야기는 떼 쓰는 것이었고, 꽃은 어린 왕자가 하는 사랑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면아이와 내면어른도 마찬가지이다. 내면아이가 일어나면 내면어른의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원한다. 처음에는 내면어른도 이게 기존의 것과 다르니까 이렇게 몇 번 어루만져 준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되었을 법도 한데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마음을 계속 느끼기는 고통스럽다. 그러면서 내면어른은 의심하고 질책하고 비난하게 된다. 나는 주로 비교하면서, 그리고 합리적으로 이성적인잣대를 들이밀면서 이러이러하니까 나는 지금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는 빈틈없는 틀로 나를 몰고 갔다.



하지만 그것은 내면아이를 만날 수 있는 내면아이의 언어가 아니었고 그 사이의 괴리감은 점점 커져만 갔던 것같다. 그래서 내면어른은 내면아이를 보지 않고 떠나기로 했다. 친구들을 만나고, TV를 보고, 아니면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외의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달리게 되었다. 그게 바로 내가 나의 내면아이를 떠났던 것이었다.



내면어른이 내면아이의 언어로 만났다면, 내가 느꼈던 불편함이 결코 내가 나태해서, 내가 게을러서, 혹은 내면아이가 떼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내가 이런 것을 느꼈을까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면 많이 달랐을 것이다.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게 내가 좀 더 명확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솔직했다면 내면아이와 내면어른의 소통이 더 원활했을 것이다. 마치 어린 왕자가 꽃의 이야기의 의도를 알아보고, 꽃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더 잘 알았다면 어린 왕자가 별을 떠나게 되지는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저희 홈피를 찾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5] 관리자 2008-03-24 77809
공지 <나를 꽃피우는 치유 심리학>이 출간되었습니다. imagefile [5] 성원 2009-12-21 85107
» 어린왕자 8장 (사랑의 허영심) - 미래님정리 원장 2014-07-27 2096
1092 나의 힘듦이 무엇인가 - 화공님 원장 2020-01-29 2095
1091 감옥같았던 일주일... [3] 마누사 2007-09-13 2095
1090 7일 단식수련 [2] 관리자 2012-04-07 2089
1089 집에서 일어났던 일중.. [1] 파스텔 2011-01-28 2089
1088 내몸안에 있는 ' 분노 '의 감정.. [1] 마누사 2007-09-22 2089
1087 5월 네째주 - 아이수모임 후기 [4] 원장 2010-05-24 2088
1086 빙의된 영가가 바로 당신 자신이다. 힙노자 2009-11-21 2085
1085 공자님의 자기탐구 일지.... 원장 2019-10-29 2062
1084 자기수용 - 그 정도는 괜찮아... [4] 원장 2012-02-20 2055
1083 ^ 내가 마시는 차 ^ image [2] ^*보노보노*^ 2007-10-03 2048
1082 묻고 질문하며 의문을 가져라. 원장 2021-12-10 2047
1081 자기기준..궁금한게 있어요 선생님... [3] 사랑 2010-05-16 2046
1080 행운의 꽃 [3] 성원 2010-01-17 2046
1079 인생을 개선하는 방법 dutls 2007-10-18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