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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정도전'을 보고서.....

조회 수 943 추천 수 0 2014.07.02 10:56:46

오랜만에 드라마의 재미에 빠져 주말이면 정도전을 보았다. 고려말과 조선의 건국과정에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가졌을 자기만의 이상과 가치에 대한 치열함은 현대를 사는 우리네 모습과 전혀 다를바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드라마 정도전은  그의 삶을 통해 한사람의 생애가 보여주는 꿈과 이상을 향한 성장과 아픔, 단절과 외로움, 신뢰와 함께함...등등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정도전의 이름은 원래 그의 아버지가 나중에 도를 널리 전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도전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정도전에게 '도'란 민본이었고, 유교가 주는 성숙한 합리성과 도덕가치였으며,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꾼 그의 이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질서는 비록 그것이 올바르다하여도 그것을 따르고 받아들이는 사회적 구성원들의 마음이 성숙되지 못하면 인간내면의 욕망과 두려움에 희생되기 쉽다.

 

 

새로운 역성혁명으로 민본이 중심이 되는 이상국가를 건설하려는 정도전이 옳은지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질서를 유지한채 제도적 보완과 틀을 수선하여 지금의 질서를 서서히 바꾸어 나가는 마음을 주장한 정몽주가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야하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와 삶의 경험들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가지기 때문이다.

 

 

정도전의 민본에 대한 이상혁명은 이방원의 왕권강화를 주창하는 세력에 의해 좌절된다. 하지만 정도전의 꿈은 언제나 인류와 걸어온 역사적 갈등과 부딪침의 모습이자 우리민족의 정치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모습이기도하다.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세상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이상과 꿈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꿈은 언제나 현실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다. 현실의 기존세력은 변화를 싫어한다. 그들을 우리는 보수주의라 하고 현실에서 소외되고 정치적, 경제적 약자들은 기존의 잘못된 현실을 비판하며 바꾸려는 진보의 자리에 선다.

 

 

하지만 오늘의 진보가 내일의 보수가 되고, 내일의 보수가 다른 날에는 진보가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러기에 무엇이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각각의 시대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필요와 명분이 있으며, 당시의 대중들이 원하는 전체적인 의식수준이 있을 뿐이다. 명분과 대중의식을 너무 앞서 나가는 뛰어남도 좋지만 때로는 그로인해 낭패를 당하기도 쉽상이다.

 

 

그렇다고 지도자가 국민들의 명분을 조작하여 자기식대로 끌려는 마음은 어쩌면 내적 자아도취에 빠지기 쉽고, 대중의식을 선도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뒤쫓아가는 지도자라면 그는 단지 기회주의자가 되기 쉽다. 현대의 우리 국민들은 어느 시대보다  경제적 풍요로움과 정보의 손쉬운 획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와 법적인 안전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실재 우리의 현실은 정치에 대한 무감각과 정보는 늘려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해독하는 독립적 의식을 가진 개체로서의 자신은 상실되어 있다. 

 

 

우리의 현재 의식수준은 정보를 전달하는 일반적인 대중매체와 정치지도자의 말에 놀아나고, 스스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분별하는 자기인식력이 무감각해져서 단편적인 감정의 휩쓸림으로 이용당하기 쉽다.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민주주의의 제도와 헌법의 모습은 현란하지만 그것은 단지 책에 쓰인 미사여구일 뿐이다. 실재 우리네 현실은 가진 자와 힘있는 자가 지배하는 불평등과 불합리가 일상임을 느끼고 있으며 정도전이 느꼈던 그 시대의 모습에서 비록 외형적이고 전체적인 모습은 변했을지라도 내면의 모습은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백성들은 먹고사는 생존에 모든 관심을 쏟았기에 누가 임금이 되던 그들을 배불리 먹여만 준다면 그들이 어떤 이상과 욕심을 가졌던 올바른 지도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 자유와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대중매체와 자본주의 소비성향은 그만큼 더 누리고, 더 소비해야 행복하다는 집단작 최면으로 우리의 욕망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여놓아 우리는 아직도 스스로를 생존의 빈곤과 불안에 쫓겨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적 풍요와 생존의 해결은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올바른 정체성과 삶을 대하는 기본적인 의미와 목적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정신을 바로 세우기보다 육체적인 쾌락과 먹고 마시는 소비에 에너지를 집중하여 점점 더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잠깐의 멈춤이나 침묵을 참지 못한다. 우리는 오락을 하고, 스마트 폰에 집중하며, 더많은 모임을 참석하여 웃고 즐기지만 돌아서면 공허감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도전의 인생에서 비록 그의 민본에 대한 이상과 열정이 외부적으로 성공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왜야하면 그는 그 자신으로서 할 만큼 한 최선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난속에서 내면에 꿈을 키웠고, 모두가 외면해도 그 꿈을 향해 나아갔으며, 때로는 타협하고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진실하고 성실했다.

 

 

비록 한편의 드라마였지만 '정도전'은 나에게 내가 가진 이상과 그것을 현실화 하는 과정에 대해서 많은 돌이킴과 나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무뎌지고 무감각해져 가길 요구하는 물질 우선의 현실에서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자본시장에서 팔리는 상품과 물건으로서가 아닌 자기만의 독창적이고 독특한 존재임을 깨달아야한다. 왜야하면 무뎌지고 무감각해지는 것은 진실한 우리의 양심이자 살아있는 생명자체이기 때문이다.

 

 

양심이 살아있는 사람은 대중에게 쉽게 휩쓸리지 않고 모두가 '예'라고 할 때에도 자기만의 정당한 판단과 올바른 이성으로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며, 자신을 시장의 상품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자체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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