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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모양도 없고 색깔도 없는 그림자.
그림자는 그런 자신이 싫었어요.
자신도 이런 저런 모양을 갖고 싶고, 화려하게 뽐내고 싶고,
태양을 마주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항시 자신은 무엇인가의 밑바닥에 붙어 있어야만 하는 것 같았고
무엇인가에 가려져 태양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았거든요.
더 끔찍한 것은 자신의 의지없이 그늘로 가면 사라져버린다는 거에요.
세상에나 세상에나.. 어떻게 어떻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진저리 날 때 쯤에
살짝 다른 한 생각이 일어났어요.
혹시 자신의 이런 부정성들이 어둡고 칙칙한
그림자가 되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그렇게 의문을 품으며 자신을 저주하고 못 마땅해 하던 생각을 멈추자
살짝 다른 생각이 드러나며 밝아지는 거에요.
그러면서 그림자는 깨달았어요.
아~이것도 저것도 나구나 .. 빛이구나..
빛이 저것을 비추어서 저것을 통해
빛이 드러나는 이것이었구나를.....
빛이 저것을 통해 드러나고 저것이 빛을 보여주는 ..
그래서 이것과 저것은 하나이구나.
자신은 그림자가 아니라 빛이라는 것을..
그 어떤 것의 밑바닥이 아니라
자신이 빛의 일부임을 보여주고 있음을 ..
그것을 깨닫자 밑바닥이 아닌 앞서 나가는
자신을 만나게 되고 커지기도 하고
그 어떤 모양으로도 변신하는 자신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어요.
그림자는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빛을 보여주고 이것과 저것이 서로 비춰주며
살아나게 하고 드러나게 하는 하나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