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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님의 생활일지....

조회 수 619 추천 수 0 2016.05.15 09:26:22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미소짓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단 말이지?! 자신이 필요할 때 찾아와 줄 수 없겠느냐는 노래를 받는다. 지금은 너무 담담하게 행복하다. 조용히 흔들리며 행복하다. 그냥 그 마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와 코끝을 스치며 살랑이는 바람처럼.. 책속에 숨겨놓은 꽃갈피처럼 간직하고 싶다.

 


문자 몇 통으로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어떠했을지 어떻게 한 순간에 알아질 수 있을까. 받지 못 했던 그 마음들을 느끼며.. 같은 시간만큼 지나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제 남은 이십대는 행복할 것 같아요.. 그 곱디고운 마음을 겪어 보지 않은 이들은 누가 알까요.

 


누군가의 마음을 받고 주는 일이 내겐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 마음을 받으면 내가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고 금방 끝나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음을 주고받는 일.. 나중에.. 나중에.. 라며 미루는 것 같다. 너무 크게 다가오거나 쉽게 설레어 온다면 난 좀 불안한 것 같다.

 


치킨이 급땡겨 야식으로 시켰다. 돈 아깝다고 티박주며 안 먹겠단 사람이 젤 밉다. 하나 먹어봐. 결국에는 먹을 거면서. 매운 거 시켰는데 맵다 호호해도 들은 척 안했다. 우리엄마다. 나도 좀 매워서 짜증이 올라오려는데 어쩐지 엄마의 분위기가 조용했다. 그래서 나는 더 짜증나서 왜 그러지? 뭐야.. 뾰로퉁 해졌다. 나도 원래 말이 없었지만 요즘은 재잘거림이 많아져 누군가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불편해졌다. ~해졌다 라기 보다  매운 김이 가라앉자 내가 침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닭다리를 든 채 느껴보았다.



누군가의 침묵은 나에겐 이꼬르(=) 곧 반응없음, 관심없음, 무시, 혹은 어색함으로 성립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침묵할 때는 언제인가를 떠올려 보았다. 딴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러다 때를 놓쳤을 때, 하기 어려운 말이어서 상대가 알아줬음 싶을 때, 무시, 기다림의 상태, 현존...



나는 나의 침묵들을 지키고 싶거나 느끼고 싶어 할 때가 많았다. 타인의 침묵에 관해서는 깨려고만 했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를 다시 유심히 느끼며 엄마의 침묵이 무슨 의미 일까 살펴보았다. .. 그렇구나.. 할머니 때문에 불편해서 나에게 장난치지 않으시구나. 엄마 왜 그래?라고 물어보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우선 내가 들고 있는 침묵이 무엇이었는지 느껴보는 것으로만.. 으로도 다시 치킨이 맛났다.
 

정성스럽게 차려놓은 밥 한 끼의 고단함.. 물론 과자나 인스턴트 음식들도 행복하고 달콤하게 먹지만 산나물을 따와 다듬고 데쳐 고추가 고추장이 되어 깨가 참기름이 되어 손맛으로 무쳐놓은 밥상을 받고 있노라면 고귀해진다. 영원한 허기를 채우며 한 숟갈 한 숟갈씩 꼭 꼭 씹어 흠씬 운 아기처럼 먹는다. 먹고 살자하는 짓인데 내가 먹는 음식이 내가되고 연료가 되어 엄마 품으로 내딛는 걸음들이 서럽지 않도록 씩씩하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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