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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보는 관점의 변화 - 문레이크님

조회 수 2958 추천 수 0 2011.01.02 09:31:31

월드컵 때 대한민국의 경기는  이 곳(미국) 시각으로 아침 7 시에 하던 때가 많아 아들녀석은 새벽에 일어나 얼굴에 물을 묻힌둥 마는둥 급히 세수를 하고 후다닥 뛰쳐 나가곤 하였다.
멀리 떨어진  소위 '한인타운'이라 불리우는 Bloor 거리까지 내려가 많은 교민들과 함께 소리 높여 열심히 응원을 하고 들어오곤 하였다.

그러한 모습이 무얼 특별히 가르치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뿌리가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고 흐믓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응원을 마치고 약간은 목까지 쉬어 돌아온 아들녀석과의 대화 중 뜻밖의 - 내가 느끼기에 -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아들녀석과의 대화이다.
나         :     (내심 한국 사람임을 강조하는 어조로 )
                 토마스, 한국 사람들과 같이 모여서 응원하니 더 신나지 ?

토마스  :     예, 맞아요. 더 재미 있고 즐거워.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좀 이상해.......

나        :     왜 ?   무엇이 이상한데 ?

토마스 :     한국 사람들은 축구경기는 보지 않고 게임 스코어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아.....  

                   무조건 이기기만 바래....

나       :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  그럼 경기를 이겨야지 질려고 할 수는 없잖아 !

토마스:      제가 하는 이야기는..... 경기의 승리가 중요치 않다는 게 아니고 이기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경기 과정을 놓칠 수 있다는 뜻이죠.

나      :      (약간은 멍해져서.. 소심하게...) 무엇을 놓치는데.....

토마스:     게임이란 언제나 이기고 지는게 같이 있는건데...  오로지 이기기만 바란다면.....
                우리쪽 선수들의 플레이는 잘 보이겠지만 상대편 선수들의 플레이는 눈에 잘 들어 오지 않겠죠.

나      :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 처럼)  ........................................................ ㅠ

토마스:    예를들어 상대편 선수지만 '매쉬'같은 훌륭한 선수들의 멋진 드리볼을 같이 즐기지 못하고...

                오히려 초조하고 불안해 하고 심지어는 야유까지 퍼붓곤 하던데...... ?
              그럴려면 뭐하러 축구경기 90 분을 waste time 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나중에 뉴스 보면서 승패에 대한 결과만 알면되지......

나      :    ( 더욱 더 말문이 막혀서 )   ..........................................................  ㅠ 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들녀석이 대견하기도 하였지만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며 대화 중에 느끼는게 많았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축구 경기 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이다.
삶에 있어 목적이 크면 과정을 도외시하기 쉽고 무리가 따른다.

운전을 하여 보아도 뚜렷한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를 나오면 다른 차량에 양보도 잘하며 교통신호및 법규도 잘 지키고 주변을 잘 살피어 자신의 운전을 즐길 수가 있지만 목적지가 확실해지면 거기에는 방향성과 시간성이 생겨나 자신의 운전을 강제하기 시작한다.
길이 막히거나 다른 차량이 예의없이 끼어들면 짜증이 나고 더우기 처음가는 길이라면 제대로 가는지 불안해지며 시간 내에 도달할련지...답답하고 초조해진다.

그러면 오로지 목적지 생각뿐....
드라이브의 즐거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긴장하게 되며
너무 급하면 갓길을 달린다거나...해서는 안될 불법마저 자행하기도 한다.

등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올라가는 도중에 즐길 수 있는 파란 하늘, 신선한 공기, 새소리,아름다운 경치등을 잘 보고 느끼지 못하며  대충 그저 지나치기 쉬울 것이다.

인생이라는 삶도 이와 똑같다.
삶의 목적이 단순히 이번 생에서 이루고저 하는 목적의 결과물이라는........ 어떠한 성취에 있다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즐기고 배우고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삶의 과정 또한 중요하다.
매 순간순간 깨어나 삶을 느끼고 즐기며, 배우고 누리며 진심으로 사랑하여야 한다.
목적에 세뇌되어....... 과정이라는 현존을 잃지 않도록.........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들의 대부분들은 눈만 감으면 사라져 버릴 것들이다.
어떠어떠하면 행복 하다는... 행복 앞에 붙은 수식어, 조건들....
이러한 것들은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 아니다.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은 실재가 아니며 손안의 거품이다.
그러므로 조건지워지지 않은 영원한 행복만이 참 행복이며....  나를 진리의 길로 인도 할 것이다.

물질 세계의 속성과 허상을 알고, 영원한 생명인 '도'의 길을 걷는 진실한 사람들이라면......
삶의 의미는....... 무엇을 이루고 성취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고 오히려 그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내려 놓는데 있다는 걸 안다. 그렇게 하여 또다시 깨달음 또는 무얼 얻겠다는 사심이 아닌...... 진심으로 스스로를  풀어 놓아 주었을 때 자신의 인생에 나타나는 모든 상황들을 겸허히 받아 들이며 감사하게 된다.

또한 우리가 자신의 삶을.... 배움의 과정으로 본다면 삶에서 다가오는 어떠한 일이나 상황이더라도.....
예수님의 말씀처럼 범사에 -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  진정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일 수가 있을 것이다.
왜냐면 고맙게도... 그 것들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공부재료이니까....

언젠가 한국 tv 다큐 프로를 보았는데  '틴틴 파이브' 라는 보칼그룹 멤버중  어느 한분이 불행히도 실명을 하게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곧바로 그 분의 부인마저도 한쪽 청력을 잃게 되었다.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처절한 시간이 흐른 뒤.....  다행스럽게도...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와.... 다시 일어 서시는데....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하던 마지막 한마디가 오래동안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젠 평온해 졌다.  앞으로도... 살아가는 도중에..... 또 많은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어떠한 일이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

나의 젊은시절에 살던 집이 산수동이었는데 집에서 빤히 내려다 보이는 큰 길로 재판을 받기 위한 수인들의 호송차량들이 많이 지나 다녔다.
교도소에 갇혀 있던 그들이 잠시나마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떻게든 바깥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눈 안에 담아 두려고 서로 창문에 밀착하여 밖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며 자나치던 걸 기억한다.

그때 내 가슴에 올라왔던 의문은 저들이 저토록 그리고  원하는... 자유로운 밖의 삶을 나는 이미 살고 있는데..... 저들의 눈망울이 애타게 희망하는 것 만큼...  '나는 이미 행복한가 ?' 라고 혼자서 되뇌이곤 하였다.

대답은 '아니다' 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 였지만...  미안하게도 그 분들도 아마... 그렇게 그리워하던 출소 후에... 언제 그랬냐 싶게 또 다른 행복의 조건들을 만들어 자신을 구속하는 굴레를 뒤집어 썼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삶의 희망이나 목적이라는 것들은 내가 현재 가지고 있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바라면서 시작한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다면 그것들을 희망이나 목적이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가지고 있지 않는 것들에 대해  과도한 희망이나 목적을 가지면 사실은 기대와는 거꾸로.... 원하지 않은 결핍감을 강조하고 키울 것이며 그 결핍감은 그것에 걸맞는 상황을 끌어오게 된다.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래서 더 더 더 하는 부족감에서 출발하는 희망과 목적이란 정신 없이 불어대는 풍선처럼... 겉으로는 그럴싸 하여 보여도 결국은 허망함을 만들어 내기 쉽다.
현실의 부정과 불만족에서 시작하는 결핍감에.......  마음이라는 녀석은 과거로 미래로 뛰어 다니며  일시적 위안이라는 환상을 선물 할 것이다.

희망과 목적이란..... 진실한 창조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을 외면하는..... 공허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희망이나 목적을 가지지 말자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나 자신의....  내 마음의 현주소를 먼저 들여다 보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이다.

어떠한 희망이나 목적이라도 그것들은 내 아래... 내가 창조하는 종속물이 되어야지, 그것들이 내 위에 군림하여 나를 끌고 다니면.... 나를 휘저으며 정작 중요한 과정을 느끼고 즐기지 못하며... 한 곳으로만 치달아 주위와 불화를 만들어 내기쉬워.... 삶이 더욱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으며 누리고 있는 감사한 것들을  세어보면..... 누구나 금방 손가락 열개는 넘을 것이다. 그동안 습관처럼 무시하고 쳐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두눈이 잘 보인다거나, 가족이 건강하다거나,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거나, 석양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아직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거나, 마음을 터 놓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거나, 단칸이지만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다거나..............

조그맣더라도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마음주고 감사 할 수 있다는 것은 산란한 마음이 힘을 잃는....  '지금 여기'에 존재 한다는 증거이다.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는 희망과 목적은 자신의 두발이 굳건히 대지를 밟아... 스스로를 안정시키며..... 또한 감사함의 긍정적 에너지에  걸맞는... 감사해야 할 상황을 끌어들이며 증폭, 발전시키는 훌륭한 창조 행위가 될 것이다 ......

뜻하는 바가  이루어지면 그대로 좋고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것들은 나의 종속적 위치에 있기에 나에게 다가오는 상실감은 적을 것이며....  더구나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배우고 누린 것이라면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
왜냐면 삶의 의미는  매 순간순간에 있는 것이지 결과물인 목적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삶은 전체를 바라 보는 것이지 목적이라는 한 방향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아들녀석이 이야기했던 월드컵 축구 경기처럼.................

가슴의 생명이 사는 삶....생명의 신성한 원리는
첫째로..... '모든 걸... 살리는 삶'이며....  둘째로..... '모든 걸... 받아 들이고 결속시키는 사랑의 삶'이다.
생명의 삶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을 수 없다.
어두움은 빛의 부재 현상이듯이.... 삶의 어두운 그림자는 단지 자아가 본성의 빛을 가리고 있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그러므로 실재가 아닌 환상이다.

그림자는 아무리 없애려고 하여도 불가능 한 것처럼, 삶의 그림자를 없애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오히려 거기에 에너지를 부어주어 더 키운다.
삶의 그림자라는 것들은 잠시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밝은 본성의 빛이 다가가면 자취도 없이 없어지는 허상이다.
수 백만년 묵은 깊은 동굴의 어두움이라 할지라도 한자루 촟불의 빛에 힘없이 사라지듯이.....

불행, 실패, 질병, 늙음, 가난, 독점, 시기, 이기심등은 단지 생명의 부조화, 사랑의 부재현상 일 뿐이므로
진정한 우리 자신인 '생명의 온전함'이 흐르는.... 가슴의 삶.............. 다른 표현으로 신을 잉태하고.... 매 순간 신이 표현되는 통로로써의 삶이.... 우리들을  창조와 조화, 풍요와 평화, 그리고 사랑의 밝은 길로 인도 할 것이다.

모든 면에서 진정한 치유는 스스로의 완전함........ 똑 같은 의미로...... 생명의 온전함을........자각하는 순간  곧바로 시작된다.
우리는 완전해지기 위하여 어떠한 노력도 할 필요가 없으며 단지 완전하지 못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버리기만 하면 된다. 사랑, 평화, 성공, 행복, 젊음, 신뢰, 배려, 조화, 협동, 풍요, 이타심등은 우리 본성의.... 순수한 자신의.... 당연한 다른 이름들이다.
                                           .
 앞으로 곧 다가올  '영성의 시대'를 가슴 깊숙이 맞이 하기위하여.... 지금 현재....... 자신의 삶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
나의 관점이 나뭇잎에 있는지...         나무에 있는지.....
나의 관점이 파도에 있는지....           바다 심연에 있는지.....
나의 관점이 별,달,구름에 있는지..... 하늘 허공에 있는지......
나의 관점이 소리에 있는지......         배경 침묵에 있는지......

자신의 의식이 자아에 있는지.....    또는  '현존'에 있는지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의 선택과.... 확신 차이일 뿐이다.
                                          .
                                          .


사랑

2011.01.03 11:02:20
*.199.27.177

멋진 글이네요...

profile

성원

2011.01.03 14:45:22
*.54.179.225

다시한번 저를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나눔 감사합니다.

 

분홍공기

2011.01.12 16:22:47
*.150.195.106

잘 읽었습니다. 아드님 정말 기특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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