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20
그 사람의 하얀 손에 언제나 쥐어져 있던 가면...
그의 얼굴에 씌어진 가면은 언제나 웃고 있다.
그것을 가볍게 든 그의 손목은 정말 재빠르다.
하지만 한번씩 가면을 든 그 손끝의 가벼운 흔들림.
그 흔들림은 마음의 떨림인가 진실의 소리인가?
아주 오랜 세월동안 나는 그것이 궁금했지만
감히 그에게 묻지 못했다.
언젠가 우연히 가면의 뒤를 보았을 때,
그곳에는 무표정과 무감각으로 얼굴이 없었다.
웃고는 있지만 무표정 했고,
울고는 있지만 무감각으로 얼굴이 없다.
그의 삶은 이제 가면 든 두 손에 박제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그의 가면 쥔 가늘고 하얀 손을 볼 때면
슬프도록 눈물이 난다.
연민인지 사랑인지 알지 못할 눈물에
나는 내 손에 쥐려던 가면을 살며시 내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