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20
이름 할 수 없는 한 물건이
바로 그대에게 있나니
그것은 언제나 그대에게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대는 개념의 안경을 쓰고서
경험과 관념의 찌꺼기에 붙들려
눈을 가지고 모든 사물을 보지만
막상 자신의 눈을 찾아 헤매이는 것과 같구나.
그대의 실체는 원래 텅 비어있어
행복도 실체가 없으며,
고통 또한 실체가 없건만
붙들고 집착하는 그대의 한 생각이
텅 빈 도화지에 천당과 지옥을 그린다.
허공중에 먼지 같은 티끌을 붙들리면
붙들린 작은 티끌은 태산으로 변하고,
잡을 것이 없는 그곳에 한 생각을 일으키면
한 생각은 만법을 일으키는 천변만화의 꽃을 피운다.
그대에게 한 물건이 있나니
그것은 마음이라 해도 맞지 않고
있다 해도 옳지 않으며,
없다 해도 틀리지 않으니,
그것은 전체이면서 한 물건도 없어라.
그대 이제 비우고비우고, 내리고 내리면
진실한 그대의 한 물건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리라.
가을이 깊어가니 만산에 단풍이 붉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