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속이 몹시 좋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다. 센터에 와서도 속이 좋지 않고 머리가 아팠다. 집에 와서도 계속 누웠다가 잘려고 하니 힘들다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다. 계속 생각을 하다가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불안이 나라는 말이 요즘 와 닿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들을 본다. 휴대폰이 터질거야, 이건 위험해, 이건 이렇게 될거야, 잘못되면 어쩌지? 불안이 일어나기 전에 이런 생각들이 보인다. 이런 생각들을 보고 놓아버린다. 직장에 와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올라온다. 욕먹을까봐, 얼굴에 대한 집착. 두려움도 올라와서 두려움이 실제인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상대가 나를 공격할거라는 생각 때문에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의 모습....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배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봤는데 일본축구선수 혼다에 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ac밀란 소속인데 큰 이적료로 큰 기대를 받고 왔으나 49경기 동안 한골도 넣지 못했다. 게다가 구단수뇌부에 대한 비판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기간이 2017년 1월까지인데 구단에서 방출하지 않는 이상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도 일단은 버텨볼 생각이다.

끊임없이 나를 낮추고 못할 거라는 생각을 주입시키는 나. 상대에게 바라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면 내가 죽고 만다. 어제 슈퍼에 초콜릿을 사러갔을 때도 하나만 사면, 싼 것을 사면, 주인이 좋아하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이 돌아갔다. 오늘도 일을 마치고 아버지를 만나 설렁탕집에 갔다. 아버지를 보니 많이 늙으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두렵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설렁탕집에서도 무엇을 더 달라고 욕구를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상대가 싫어할까봐 귀찮아할까 봐..

나의 업식에서 과거의 패턴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저 이게 내 모습이구나를 알아차릴 뿐이다. 나를 낮추고 무시하고 천대하는 생각과 패턴들이 보인다. 너무나 사실 같고 벗어나기 어렵다는 틀이 돌아간다. 이제는 알았으니 그런 생각들을 멈출 것이다. 늦고 빠름이란 없다 생각한다. 어려움도 없다. 그냥하면 된다.

경상감영공원에 갔다. 노인들이 많은데 거기 틈에 앉으려니 쪽팔린다는 분별이 올라온다. 알아차리고 내려놓는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업식이 있다 해서 행복을 못 누리는 것도 슬픈 것도 아니다. 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의 선택에 의해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나를 존중할 것이다. 상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